본문 바로가기

NEWS/경제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른다, 당신의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적 이유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른다, 당신의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적 이유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른다, 당신의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적 이유

1. 매달 오르는 월급, 그런데 왜 지갑은 더 얇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월급은 오르는데 왜 더 힘들까?”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소비 습관이 아니다.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세금과 생활비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5년간 한국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꾸준히 올랐지만, 실제 통장에 남는 돈, 즉 실수령액의 체감 상승폭은 거의 없다. 이제는 ‘세후소득 감소’가 일상의 키워드가 되었다.

2. 세금 인상 속도가 월급 인상률을 앞서는 현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평균 월급은 352만7천 원이었다. 2025년에는 415만4천 원으로 연평균 3.3% 상승했다. 그런데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44만8천 원에서 59만6천 원으로 뛰었다. 연평균 상승률은 5.9%. 즉, 월급 인상률의 두 배에 가깝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3% 상승하며 세금 부담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결과적으로 임금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에서 14.3%로 확대되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금이 월급을 잠식하는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3. 브래킷 크리프, 세율 구조의 숨은 함정

세율이 단계별로 적용되는 누진세 구조에서 과표 구간이 오랫동안 조정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가 상승으로 월급이 조금 오르면, 실질 소득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세법상 더 높은 세율 구간에 편입된다. 즉, 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물가 때문에 오르게 된 월급에 ‘상위 세율’이 적용되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율 구간은 2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월급 인상은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 구조적 문제는 임금 인플레이션보다 더 깊은 ‘세금의 왜곡’을 만든다.

4. 물가 상승, 생활비가 가져온 두 번째 타격

월급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것은 세금만이 아니다. 생활비 또한 직장인들의 체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3.9%다. 특히 필수 항목들의 상승 폭이 크다. 수도광열비는 6.1%,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는 4.8%, 외식비는 4.4% 올랐다. 전기와 가스, 연료 등 에너지 항목은 7~10%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즉, 실질적으로 생활비가 세금처럼 상승하고 있으며, 이중으로 가계의 여유를 잠식하는 구조다. 명목 임금이 오르더라도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연금과 건강보험료 인상, 이중 부담의 실체

2025년부터 건강보험료율이 7.19%로 인상된다. 3년 만의 조정이며, 직장가입자는 평균 월 2,200원, 지역가입자는 약 1,280원을 더 내야 한다. 국민연금 또한 기준소득 상한액이 617만 원에서 637만 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상한액 납부자는 최대 18,0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정책 변화가 없더라도 매년 자동으로 인상되는 이 구조는 직장인에게 ‘고정된 증세 효과’를 만든다. 결국 세금이 오르지 않아도 사회보험료를 통해 실질적인 소득 감소가 반복되는 셈이다.

6. 실질소득 감소가 만드는 한국 경제의 불균형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체감소득 불균형’이라 부른다. 즉, 세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실제 사용 가능한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비 성장률도 2%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기 둔화로 되돌아온다. 결국 세금의 증가가 경제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는 셈이다.

7. 해법은 단순 증세가 아닌 제도 개편

전문가들은 증세가 아니라 ‘세율 구조 개혁’을 말한다. 첫째, 소득세 과표 구간을 물가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 재정 효율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부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근로소득에 집중된 과세를 자산소득과 비근로소득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직장인들은 앞으로도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르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8. 결론, 세금의 정의가 다시 필요하다

세금은 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의 자원이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는 중산층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운다. 이제는 단순히 세금을 덜 내고 싶다는 차원을 넘어,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르는 지금, 우리가 진짜 잃어버린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언제쯤 월급명세서 속 숫자가 안도의 한숨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 답은 세율이 아니라 제도 개혁에 달려 있다.

월급보다 세금이 더 빨리 오른다, 당신의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적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