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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부담금 논쟁, 건강 정책인가 가격 정책인가

설탕 부담금 논쟁, 건강 정책인가 가격 정책인가

설탕 부담금 논쟁, 건강을 위한 선택인가 가격을 건드리는 정책인가

최근 ‘설탕 부담금’이라는 다소 낯선 표현이 공론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일부에서는 이를 설탕세로 받아들이며 증세 논란을 제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적 실험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제는 용어보다도, 이 제도가 실제로 우리 일상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있다.

1. 설탕 부담금이란 무엇인가

설탕 부담금은 설탕을 섭취하는 개인에게 직접 부과하는 제도가 아니다. 논의의 핵심은 설탕이 다량 함유된 음료나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에 주목하는 데 있다. 즉,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한 재정적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이 접근은 ‘소비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는 개념보다는, 특정 성분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공공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담배에 적용되는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구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교가 자주 이뤄진다.

2. 세금과 부담금의 구조적 차이

세금과 부담금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세금은 특정 대가 없이 국가 재정 전반에 사용되는 반면, 부담금은 특정 행위나 원인에 의해 발생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환경 분야에서는 오염을 유발한 주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설탕 부담금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법적 구분과 별개로, 실제 체감 효과는 다를 수 있다. 부담금이 기업 비용으로 작용하면, 그 비용은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왜 가격 문제로 이어지는가

설탕은 특정 음료나 과자에만 국한된 재료가 아니다. 제과·제빵류, 아이스크림, 소스, 외식 메뉴 전반에 널리 쓰인다. 이 때문에 설탕 사용에 부담이 생기면 단일 품목이 아니라 식품 가격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을 흡수하기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설탕 부담금 논의가 건강 정책에서 출발했음에도, 곧바로 물가 이슈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역진성 논란의 본질

설탕 부담금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은 역진성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이나 음료의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여기에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더해진다. 같은 가격 인상이라도 체감 부담은 계층별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설탕 부담금이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는 명분을 갖더라도,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 해외 사례가 말해주는 것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설탕 관련 제도가 시행 중이다. 영국의 경우 음료의 당 함량에 따라 차등 부담금을 부과한 이후, 소비량 자체보다는 제품의 설탕 함량이 줄어드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구매를 중단하기보다는, 기업이 먼저 성분을 조정해 대응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인접 국가와의 가격 차이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한된 사례도 있다. 시장 환경과 제도 설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6. 식품업계가 우려하는 이유

식품업계의 반발을 단순한 이해관계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업계는 물가 상승의 연쇄 효과, 특정 성분만 규제하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 그리고 중소업체의 부담 집중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대체 감미료나 다른 고열량 성분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고 설탕만 문제 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반대 논리가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할 쟁점이다.

7. 설탕은 어느 정도로 규제 대상인가

설탕의 과도한 섭취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다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다만 설탕을 담배처럼 절대적으로 유해한 물질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설탕은 섭취량과 생활습관 전반이 함께 고려돼야 하는 성분이다. 이 차이는 규제 강도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어느 수준까지 개입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8. 한국 사회에 적용할 때의 변수

한국의 비만율은 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라는 통계도 자주 언급된다. 이를 근거로 설탕 부담금이 시급한 정책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반면 청소년 당류 섭취 증가와 가공식품 의존도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결국 문제는 제도의 필요성 여부보다, 한국 사회의 식문화와 소비 구조에 맞는 설계가 가능한가에 있다.

9.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

설탕 부담금은 단순한 건강 정책이 아니다. 가격 정책이자 소득 정책이며, 산업 정책의 성격도 동시에 지닌다.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정책의 성패는 찬반이 아니라 설계에 달려 있다. 부담의 범위, 완충 장치, 정보 제공과 선택권 보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설탕 부담금 논의는 특정 음료를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 물가, 형평성, 그리고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논의가 의미 있으려면 감정이 아닌 사실과 맥락 위에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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