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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경제

현대차 울산공장이 보여주는 제조업의 경고

연봉 1억의 끝은 왜 월 180만 원이 되었을까
현대차 울산공장이 보여주는 제조업의 경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직은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만으로 입사해 정년까지 다니면 안정적인 고소득이 보장되는 구조였다. 이른바 ‘킹산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 울산 도심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부동산 중개 사무소, 편의점, 소규모 관리직 현장에서 과거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일하고 있다. 한때 연봉 1억 원을 받던 삶은 월 180만 원 수준의 현실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개인의 실패 이야기일까, 아니면 더 큰 구조 변화의 일부일까. 울산공장의 현재는 한국 제조업이 맞이한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 킹산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현대차 울산공장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이자, 수십 년간 한국 제조업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대량 생산 체제, 내수 중심 시장, 그리고 빠른 경제 성장. 이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리면서 울산공장은 오랜 시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생산직 임금은 점점 높아졌고, 노조의 교섭력 역시 함께 커졌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 구조가 흔들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2. 높은 임금은 어디서 가능했을까

현대차 생산직의 임금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국내 평균 근로소득과 비교해도 두세 배 차이가 났고, 해외 완성차 업체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졌다.

이 임금 구조는 단순히 ‘많이 벌어서’ 유지된 것이 아니었다. 높은 점유율, 안정적인 판매량,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았던 자동화 비율이 함께 작동한 결과였다.

사람이 많이 필요했던 공정일수록, 사람의 협상력은 강해졌다. 그리고 그 힘은 임금과 복지로 이어졌다.

3. 반복된 갈등과 누적된 비용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했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자, 생산 일정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완성차 공장에서 하루 생산이 멈춘다는 것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다. 판매 일정, 협력사 납품, 해외 수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하루의 중단은 하루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크게 쌓인다.

이 부담은 결국 소비자 가격, 협력업체, 그리고 신규 고용 축소라는 형태로 분산됐다.

4. 기업이 계산한 또 다른 선택지

기업의 의사결정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에 가깝다. 파업 가능성, 인건비 상승, 생산성 지표는 모두 숫자로 환산된다.

그리고 그 계산의 끝에는 자동화와 로봇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로봇은 쉬지 않고,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예측 가능하게 움직인다. 제조업에서 이 ‘예측 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5. 울산에서 빠져나간 미래

이후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는 점차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신규 플랫폼, 전기차, 미래차 라인은 자동화 비율이 높은 공장으로 배치됐다.

울산공장에는 기존 차종이 남았고,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공식적인 구조조정 대신, 특별퇴직이라는 방식이 반복됐다.

수억 원의 퇴직금은 일시적인 안전망이었지만, 장기적인 해답은 아니었다.

6. 퇴직 이후의 삶이 말해주는 것

제조업 단일 경력으로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자영업을 택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경험 없는 창업은 빠르게 자본을 소모시켰고, 결국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때 가능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서비스직이었다. 연봉 1억 원과 월 180만 원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었다.

7. 노동자와 노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 지점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 있다. “결국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개인 노동자의 선택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다만 노조의 전략은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단기적인 임금과 고용 안정에는 성공했지만,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은 충분하지 못했다.

자동화와 설비 투자를 고용 감소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결과, 공장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울산공장은 선택에서 밀려났다.

8. 이 이야기가 울산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이 변화는 울산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국내 여러 제조업 도시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사람 중심 제조에서 기술 중심 제조로 이동하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문제는 그 변화에 언제,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킹산직의 몰락은 한 직업의 실패담이 아니다. 한국 제조업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보여주는 제조업의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