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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부동산

2026년 부동산 시장, ‘가격’보다 무서운 건 ‘흐름’이다

2026년 부동산 시장, ‘가격’보다 무서운 건 ‘흐름’이다

2025년의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혼란의 해였다. 급등과 급락의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고,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방향을 잃었다. 하지만 2026년은 다르다. 앞으로의 시장은 ‘폭등’도 ‘폭락’도 아닌, 구조적 변곡점의 시기로 진입한다. 가격을 움직이는 근본 요인은 금리도, 정부 정책도 아닌 “환율과 공급의 흐름”이 될 것이다.

1. 서울의 공급 절벽, 이미 시작된 착공 공백

서울은 이미 공급의 엔진이 멈춘 상태다. 최근 3년간 신규 착공 건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입주 물량은 2026년을 기점으로 급감한다. 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허가, 설계, 시공, 분양, 입주까지 평균 3년이 걸린다. 이 말은 곧, 지금의 공백이 2026년의 공급난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의 신규 착공은 3만 호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과거 평균의 절반이다. 입주 예정 물량은 2026년 약 2만4000호, 2027년과 2028년은 각각 1만 호 내외로 추정된다. 서울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연 6만 호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벽 수준이다.

건설사들도 버티기 어렵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가 겹쳐 평당 공사비는 1천만 원에 육박한다. 이 구조에서는 신규 사업이 불가능하다. 착공이 줄면 3년 후 입주가 줄고, 입주가 줄면 전세 시장이 불안해진다. 이것이 서울이 안고 있는 근본적 리스크다.

2. 돈의 방향이 바뀌면 시장의 체질이 달라진다

지금 시장은 돈이 돌지 않는데 가격이 버티는 이상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공급이 막힌 가운데, 전세가 매매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7억, 매매 8억의 구조에서 실수요자들은 “차라리 1억 더 내고 집을 사자”고 판단한다.

전세 가격은 30주 이상 연속 상승했고,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줄면서 전세 공급이 부족해졌고, 갭투자가 막히며 전세 시장의 유동성도 떨어졌다. 전세난이 심해지면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한국 가계의 부채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소득 증가 속도를 상회하는 대출 증가로 가계 여력이 고갈됐다. 게다가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3. 거래량의 냉각과 구조적 양극화

거래량은 부동산 시장의 체온이다. 서울의 거래량은 2025년 9월까지 회복세를 보이다가 10·15 규제 이후 급락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실거주 의무, 전세대출 제한이 동시에 시행되며 시장이 멈췄다.

매수자는 자금 조달이 어렵고, 매도자는 세금 부담 때문에 팔지 않는다. 거래량은 줄지만 호가는 유지된다. 고가 아파트만 거래되며 평균 가격은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은 얼어붙은 상태다. 이른바 ‘거래 절벽’이다.

11억 이하 중저가 시장이 가장 타격이 크다. 이 구간은 실수요자의 비중이 높은데, 대출 한도 축소로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부유층이 중심이 된 고가 주택만 오르고, 중저가 주택은 거래가 실종된다. 이로 인해 서울과 지방, 중심과 외곽의 가격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4. 2026~2028년, 세 가지 시나리오

2026년 이후 부동산 시장은 금리가 아닌 환율이 움직인다. 환율의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1) 환율 안정 (1300~1400원)

환율이 안정되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도 매수 심리가 되살아난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로 연결되고, 거래량이 폭발하며 2027년에는 상승장이 본격화될 수 있다.

2) 환율 불안 (1500원 내외)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전세는 오르지만 매매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가격은 정체되고 거래는 줄어드는 횡보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 환율 급등 (1600원 이상)

세계적 위기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이 폭주할 경우, 물가 상승과 금리 재상승이 겹친다. 서울은 거래가 멈추고, 외곽 지역은 금매물이 쏟아진다. 지방 시장은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환율 안정이다. 2026년 상반기까지는 정체가 이어지지만, 하반기부터는 거래 회복의 신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5. 전세 전쟁의 재점화

2026년 전세 시장은 다시 불안해진다. 입주 물량이 2만 호대로 줄어 공급이 거의 막히는 구조다. 신규 전세 물건이 줄면 수요는 기존 전세로 몰리고, 전세가격은 다시 상승한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90% 수준까지 오르면, 매매 전환 압력이 급격히 높아진다. 결국 실수요자가 다시 시장을 움직이게 된다. 다만 대출 제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흐름은 고소득층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6. 실수요자가 알아야 할 현실적 전략

무주택자라면 2026년 하반기를 주목해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자는 여전히 70% 대출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전세 만기가 겹친다면, 매매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는 신중해야 한다. 시장 정체기에는 매도가 지연되기 쉽기 때문에 선매도 후매수 원칙이 안전하다. 고가 아파트보다는 실거주 가치가 높은 지역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자라면 비규제 지역의 역세권, 혹은 초기 재개발 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대출을 활용한 공격적 투자는 금물이다. 시장은 단기 유동성보다 장기 체력으로 움직인다.

7. 결론: 부동산을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와 환율이다

2026년 이후의 부동산 시장은 한 단어로 정리된다. “환율의 시대”다. 금리가 아니라 환율이 금리를, 금리가 자산가치를 결정한다.

환율이 안정되면 문이 열리고, 불안하면 문이 닫힌다. 1300원대면 봄이 오고, 1500원을 넘으면 겨울이 찾아온다.

부동산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흐름으로 읽는 시대다. 공급 절벽, 전세난, 환율 불안, 금리 장기화가 얽힌 복합 구조 속에서 결국 기회를 잡는 사람은 데이터를 먼저 읽는 사람이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의 3년, 부동산은 폭등도 폭락도 아닌 ‘환율 중심의 변곡기’로 들어선다.

2026년 부동산 시장, ‘가격’보다 무서운 건 ‘흐름’이다